[민호뉴트]프로포즈

 


*오류가 생겨서 다시올림 .





 우산하나를 주웠다.모두가 버스를 타고 온기마저 떠난 차가운 어느 버스정거장에서였다.철이녹슬지도 않은 그렇다고 천에 구멍이 나지도 않은,들고 다니기 창피할 만큼 디자인이 촌스럽지도 않은 검은색 배경에 파란 체크무늬가 들어간 평범한 우산이었다.뉴트의 마음에 쏙 들지 않았지만 소나기 때문에 돈 주고 사는 수고를 들이고 싶은 마음 더더욱 없었기에 뉴트는 그 우산을 들고 버스에 올라 탔다.동근 물방들이 차창에 달라붙고 바람에 흩어지고 다시 달라붙기를 반복하는 것을 하염없이 바라보면서 뉴트는 어제 주고 받은 문자를 확인했다.


[부정하지는 말아]

[그래]

[우리가 행복했던 순간들사랑했던 순간들을 모두 기억해]

[그럴게 행복해줘 뉴트.]


차창에 달라붙은 물방울들은 물기를 머금은 우산의 곡선에서 낯선이의 바짓단 위로, 모두의 머리카락 끝에 위태롭게 매달려 버스 안으로 들어왔다.

민호는 음악듣는 것을 좋아했다. 비가 오나 눈이오나 항상 그의 귀에는 이어폰이 꽂여 있었다. 뉴트는 그런 모습에서 세상에 구속되지 않은 인상을 받았고,민호의 그런 모습이 좋았다. 그의 어딘가 즐거운 듯한 옆 얼굴을 가만히 지켜 보면서 뉴트의 고백은 시작되었다. 좋아해 민호. 그러면 당황하지도 않고 놀란 얼굴을 하지도 않은 채 마르고 건조한 얼굴로 이어폰을 살며시 귀에서 땐 그가 물었다. 어째서?


뉴트는 목적지에 내렸다. 물 웅덩이에 비친 제 모습을 외면한 채 거래자를 찾았다. 주머니엔 민호에게 선물 받은MP3가 있었다. 낡고 오래된 모델인 데다가, 요즘 누가 MP3를 들고 다닐까 하는 의문에 인터넷 중고 사이트에서도 올리고 나서도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고있던 뉴트였다. 그러나 이 모델을 찾고있었다는 쪽지를 받았고 뉴트가 제시한 가격보다 더 좋은 가격에사고자 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그 MP3는 민호가 무엇보다 아끼는 물건이였다.자신이 새로 알게 된 노래를 담아가지고 오면 가장 먼저 뉴트에게 들려주곤 했었다. 어때좋아? 고개를 끄덕이면 민호는 나도 좋아 뉴트. 했다 7년을 만났고 서로 사랑했지만 끝까지 같이 살자는 말을 들을 수 없을 거라 판단된 뉴트는 지친 목소리로 헤어지자고말했다.


"이거 정말 파시는 건가요?"

"네"

"잠깐만 테스트 해볼께요."


남자는 MP3를 요리조리 살펴보기에 바빴다. 가져온 이어폰으로 음악이 제대로 작동되는지 재생버튼을 눌러보고 이것저것 버튼을 눌러댔다.

무슨 노래들어? 뉴트는 포기할 줄을 몰랐다. 아침 등굣길에서 마주치면 아침 인사를, 식사를 할 때 면 맞은 편에앉아 그가 밥을 먹고 있는 모습을 골똘히 바라보았다. 수업을 마치고 나서 노래를 듣고 있는 민호를 향해 물으면, 민호는 쌩 하고 가버리곤 했다. 그렇게 일년이 지났다. 첫 학기 중간고사가 끝날 무렵이였다. 민호는 뉴트의 반에 찾아갔다. 뉴트에게 고백하기 위해서였다. 꽤 오래 전 부터 민호 스스로 준비해온것 이였다. 그동안 뉴트에게 차갑게 대했던 것은 민호의 계획이 였던 것이다. 뉴트는 다리의 힘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눈물을 흘렀다. 그제야 당황한 민호는 뉴트의 뺨에 흘러내린 눈물을 황급히 닦고 입을 맞추었다.벚꽃 잎을 볼에 매단것 마냥 서로의 볼이 붉어졌다. 좋아해 뉴트. 경솔하게 보일까봐 말하지 못했어. 창문 너머 드리운 봄 햇살의 반짝임이서로를 비쳐주고 있었다. 그 빛은 영원할거라 굳게 믿은 뉴트였다.


"녹음 기능도 정상이고, 좋습니다. 여기 정확히, 구만 칠천원예요."


계절이 수도 없이 바뀌고 싸웠다 다시 화해 했다를 반복해가며 둘은 처음 느낌의 설렘이 점차 무뎌가고 있었다. 찌는듯한 무더위가 기승이였을때다. 공원벤치에 앉아 하드바를 나눠 먹으며 민호는 까맣게 그을린 팔을 뉴트에게 내밀며 말했다. 이거 너줄게, 민호가 건넨 건 MP3였다. 너에게들려 주고 싶은 노래들 너가 좋아하는 노래들 다 담았어. 내가 생각날 때 마다 들어. 그 후로 열어보지 않았던 물건이였다, 민호의 손을 떠나 자신의 물건이되자 흥미를 잃어버린 뉴트였다. 뉴트는 잊고있었다, 급하고 경솔한 자신과 달리 민호는 신중하고 멀리 볼 줄 아는 사람이 였다는 것을. 그것이 7년이란 시간 동안 뉴트는 알지 못했다. 종착역을 단 하나 남기고잘못된 정거장에 내린거나 다름 없음을 뉴트는 깨달았다.


"잠시만요"

"네?"

"그거 안팔게요."


뉴트는 남자손에 들려진 MP3를 집어 냅다 뛰었다. 등 뒤로 남자의 부름이 들렸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오던길을 다시 되돌아갔다. 정거장에서부터버스에 올라타기까지 쉬지 않고 달린 뉴트는 숨을 크게 헐떡였다.자신이 무슨짓을 할려고 했는지 깨닫는데에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주머니에 담긴 MP3를 더욱 꽉 그러쥐었다. 달리는 동안 비가 온 것인지 머리와 옷이 흠뻑 젖어 있었지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뉴트는 다시 소중한, 그가 자신에게준 MP3 재생버튼을 눌렀다. 자신과 민호가 다퉜던 날 민호가들려주던 노래, 자신이 우울하다며 민호를 붙잡고 새벽 4시까지통화하던 날 민호의 낮은 목소리로 불러주던 노래, 민호와 첫 관계를 가질 때 사방에 은은하게 퍼지던노래, 전부였다. 뉴트와 민호의 7년간의 이야기였다. 단순히 민호의 것이라 생각했던 뉴트는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질 정도로 재생목록에는 민호가 좋아하는 노래는 단 하나도 없었다.


-지쳐.

-뭐가?

-우리 사이.

-......

-예전에도 그랬어. 나만 좋아했지. 민호 너는?

-......

-그만할까 해.


뉴트는 울음을 터트렸다. 소나기가 내리는 초 저녁. 버스 뒷 자석 창가자리에 고개를 푹 숙인 채 어깨를 들썩이며 민호를 생각했다.나 어떻게 해야해, 뉴트는 윗 입술을 깨물었다. 어떻게 해야해. 보고싶어. 민호,보고싶어. 뉴트는 남자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녹음기능. 어쩌면 민호가 자신에게 줄 메세지를 녹음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뉴트는재생을 멈추고 녹음파일을 찾았다. 단 하나. 일개월전 메세지가있었다. 뉴트는 주머니를 뒤져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입술을 만지작 거렸다.



***



빗줄기는 전과 달리 수그러들었다. 뉴트는 버스에서내렸다. 신발에 매달린 물 방울들이 살포시 떼었을 때, 햇살사이로 민호가 차올랐다. 민호가 서있었다. 한 손에 우산을들고 있는 채로. 뉴트를 기다리고 있었다.


"왜 비를 맞고 다녀."


칠칠맞게. 뉴트는 민호에게 푹 안겼다. 미세한 햇살이 부셔지고 바닥에 소리 없이 퍼졌다.


"한 달뒤면 칠 주년이야"

"어?"


민호는 난데없는 뉴트의 말에 기가찬 표정으로 물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뉴트"


민호는 그제야 뉴트가 무슨 말을 하는 지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이내 곧 쑥스러운 듯 입술을 쌜죽거렸다. 뉴트는 민호의 품에안겨 발음이 다 뭉개지는것도 모

르고 울먹이면서 소리를 쥐어 짜냈다,


"내가 하고싶은말은 뉴트… 그러니까…"

"나랑 결혼해줘."


민호는 뉴트를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뉴트는 참았던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그들의 머리위로 무지개가 피어올랐다.비는 그쳤지만 뉴트의 울음은 그렇게 몇 분동안 그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