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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5.10 [민톰] 위키드 연구원 k의 일기

[민톰] 위키드 연구원 k의 일기

 *데스큐어 스포 왕왕 있습니다*




4월 14일


쉬이 잠이 오지 않는 밤이다. 뭐라도 하지 않으면 미칠 것 같아서 조금이나마 남아있는 정신으로 이 일기를 쓴다. 그때 당시 나는 내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이라도 그때를 기억하면 등줄기가 오싹해지고 만다. 나는 위키드 심리학 팀 소속으로 시험 대상자들로 청사진을 구축하기위해 위키드 에서 어언 5년간을 함께해왔다. 팀은 미로 시련부터 다양한 감정과 반응 그리고 생각의 패턴들을 연구해왔다. 지금으로부터 3 주전. 시련 2단계인 초열지역을 통과한 실험대상자들을 데리고 곧 바로 시련 3을 진행하기로 했다. 절차는 단순했다. 우리는 각 팀별로 한 명을 맡아 30일 동안 관찰해 뇌의 변화를 젠슨 부총장에게 보고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우리가 맡은 실험체는 코드네임 가 그룹, 넘버 7.'대장' 민호였다. 그는 시련1 '미로'에서 대단한 활약을 보여주었던 실험체라서 나또한 굉장히 기대하고 있었다. 우린 다른 면역인들 보다 현저히 높게 나타나는 그의 용맹함을 심도 있게 알아 보기위해 그의 뇌에 자극이 될 만한 시도를 계획했다.

 우리는 환각제를 사용해 그의 눈앞에 미로에 있을 때의 고통과 끔찍했던 순간들을 순차적으로 보여주게 한 다음 토머스를 원망하도록 환각을 보이게 했다. 토마스는 죽음을 당해야 마땅한 인물이며 그는 모두를 배반할 인물이라는 정보를 알려주었다. 우린 이런 식으로 3 주 동안 지속적으로 그에게 약물을 투여했고 그에 따른 변화를 관찰했다. 이 방법이 효과가 없으면 우린 최후의 방법을 진행해야 한다. 그의 뇌에 삽입된 칩을 이용해 조종을 하는 것 이였다. 안타깝게도 3주 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우린 하릴없이 토머스가 있는 위치를 알려주며 지금 즉시 죽이라고 명령을 하기로 했다. 실험은 순조롭게 진행 될 줄 알았다. 그 날 나는 부총장님께 한 주의 결과를 보고 하기 위해 본부실로 올라가고 있었다. 말단 직원 하나가 부리나케 달려오더니 큰일 났다며 다급히 날 찾았다. 그는 민호에게 큰 일이 생겼다고 전했다. 나는 곧 바로 실험실로 내려갔다. 그 자리에서 숨이 멎을 뻔 했다. 바닥은 피로 흥건 했고, 민호는 도저히 살아있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듯이 우두커니 고개를 푹 숙인 채 앉아있었다. 모든 게 엉망 이였다. 온몸이 피로 범벅이 되었으며 푸른 셔츠는 빨갛게 물들어있었다. 나는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도대체 무얼 하고 있었냐고 다그쳤다. 하지만 불침번을 선자가 말하길. 불과 10분 만에 일어난 일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가 허리를 천천히 일으키더니 카메라를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들고 나지막이 웃었다고 한다. 이내 이 괴물은-불침번을 선자의 말에 따르면 실로 괴물이라 하였다.- 허리춤에 있던 단도를 꺼내들어 제 허벅지를 단숨에 찌르기 시작하였고 조금의 고민도 없던 행동 이였다며 말릴 새도 없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고 전했다. 명령의 강도가 조 금 더 거세질수록 이번엔 자신의 손을 베고 복부를 차례차례 찔렀다. 명령에 불복종 하기위해 자신의 몸을 사정없이 질렀다니. 나는 즉시 녹화영상을 보여 달라고 했고 녹화된 화면에선 불침자의 증언이 한 치의 과장도 거짓도 없이 모든 게 재생되고 있었다. 토마스를 죽이라는 의문의 소리에 아이는 격렬하게 몸을 꿈틀 이며 요동쳤고. 으.으,으아…! 눈이 뒤집어지고 천장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 질렀으며 단도로 제 몸의 살이 패이고 곪을 정도까지 깊숙이 찌르고 있었다. 하얀 방이 피로 시뻘겋게 물드는 시간까지 불과 10분채 되지 않았다. 나는 문을 열어 상태를 확인하려고 했지만 그 자가 막아서며 난처한 얼굴을 하곤 말끝을 흐렸다. 「박사님 저 안은 들어가지 않으시는 게……」나는 마른침을 삼키고 그 자를 뒤로한 채, 침착하게 문을 열었다. 경악 할 수밖에 없었다. 문을 열자마자 코를 자극하는 피 비린내가 진동해 숨도 못 쉴 지경 이였다.

그의 셔츠는 피가 흥건히 묻어있었고 피 범벅이 된 그의 몸이 시체마냥 굳어 있었다. 바닥은 피로 흥건했다. 죽은 줄 알고 다가가 그의 셔츠 깃을 잡는 순간 그의 험악한 손이 내 팔을 낚아채 꺾었다. 아직도 그런 힘이 있는 것인지 면역인은 참으로 기이하다. 나는 하마터면 뒤로 자빠질 뻔했다. 그는 정신이 아득한 상태라 반쯤 잠긴 눈 이였지만 올라간 두 눈매 덕에 충분히 매서운 눈을 하고 있었다. 아니 그의 얼굴은 산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토..토머스… 」 그의 부르튼 입술 사이에서 뜨거운 숨과 함께 터져 나온 말이었다. 또 한 번 그가 힘겹게 입을 벌렸다. 나는 한 걸음 물러서서 경멸과 경이의 눈동자로 다음 나올 말을 기다렸다.「그 녀석 에게 털 끝 하나 라도 손대었다간….죽여버리겠어」

 쿵 소리와 함께 바닥으로 머리가 고꾸라졌다. 내 가운은 물론, 사방에 피가 퉈었다. 나는 손짓해 살아있으니 지금 당장 의무 팀으로 옮겨 지혈을 하라 지시했다.

 

 실험은 중지 되었지만 실험 결과는 대단히 성공적 이였다. 하지만 별개로 나는 구토와 어지럼증에 당분간 긴 휴식을 취해야했다. 당장이라도 옷을 벗고 중단 하고 싶은 마음이 솟구쳤다. 그룹 넘버 세븐 대장 민호는 나에게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얼룩진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아까 부터 들렸던 폭발음이 등 뒤에서 울릴 만큼 한껏 가까워졌다. 곧 이 건물은 흔적도 없이 무너질 것이며 수년간 연구한 모든 자료들은 모두 수포로 돌아갈 것이다. 우리의 연구는 희망의 불꽃도 피워보지 못한 채 결국 재가 되어 흩어지겠지만, 나는 그날 내 두 눈으로 목도하였다. 그들이 후에 꽃피울 희망의 꽃을 말이다. 내 팔을 휘 감았던 그의 손. 아직도 뜨겁다. 위키드는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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